은열공 강민첨(姜民瞻) 장군 영정- 보물 제588호 - 1788년 진주병사(晋州兵使)로 재직했던 이연필(李延弼)이 진주 우방사 원본을 화가 박춘빈에게 모사해 그리게 한 것이다.
은열공 강민첨(姜民瞻) 장군은 963년(고려 광종 14년) 11월 29일 진주의 옥봉산 아래 개경(開慶)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 경상남도 진주시 옥봉동 은열사가 있는 곳이다.
은열공은 15세까지는 진주 향교에서 학문을 부지런히 연마하였으며, 서당을 세워 고을 청소년에게 교육을 시키기도 하였다. 진주에서 살다 우방산(현재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소재)에 터를 잡아 원당(願堂)이란 집을 짓고, 조상의 업적을 기렸다. 43세에 급제하여 조정에 나갈 때까지 살았다. 지금 우방산 집터에는 은열공이 심으신 거대한 천년수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43세 때 문과에 급제하여 장사랑(將仕郞)이라고 하는 첫 벼슬에 올랐으니，해동공자라고 불리는 문헌공 최충과 함께 급제하였다고 전한다. 은열공은 문과에 급제를 하였지만, 문무관직을 두루 역임하며 문무를 겸비한 관료로서 인정을 받는다. 44세 때(1006년，목종 90 문림랑(文林郞) 도교령 동정(都校令同正), 안변도 호장서기(安邊都護掌書記)를 맡았다.
도교령 동정은 고려시대 궁중에서 쓰는 도구의 제작과 조각, 세공 등을 맡아보는 관아인 도교서의 령(令)으로 종 8품직이다. 도호부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거점에 설치한 행정구역으로 안변도호부(安邊都護府)는 함경도 안변에 있었다. 도호부는 4품 이상의 도호사(都護使), 5품 이상의 부사(副使)，6품 이상의 판관겸장서기(判官兼掌書記)，8품 이상의 법조(法曹)가 각기 1명씩 파견되었다.
45세 때(1007년，고려 목종 10) 국자주부 동정(國子主簿 同正)，도호사록참군(都護司錄參軍) 등을 역임했다. 국자감은 고려시대 고등교육기관으로 주부는 종 7품의 관직이다. 도호사록참군은 도호부에서 도호부사를 보좌하는 관원으로 종7품이상의 외직이다. 47세 때(1009년, 목종 12) 상식직장 동정(尙食直長 同正)을 지냈다. 고려시대 궁중의 부식재료를 조달하던 관청이 상식국(尙食局)이다. 직장은 정7품 관원이다. 48세 때(1010년, 현종 1) 애수진장(陰守鎭將)에 임명되었다. 애수진(陰守鎭)은 지금 함경남도 고원군의 서쪽이다. 이해 11월에 거란왕이 기병 40만명을 이끌고 고려를 침범하여 고려의 행영도통사(行營都統使) 강조(康兆)를 죽이고 승승장구하여 평양성에 당도했다. 평양성을 지키던 탁사정(卓思政)은 항복하고 대도수(大道秀) 장군은 도망가 성중의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흉흉했다. 애수진장으로 있던 은열공이 이 첩보를 듣고 휘하 장졸을 거느리고 평양성으로 달려와 성안의 장병과 함께 9일간 성을 사수했다. 거란왕이 평양성에서 시일을 많이 허비하다가 고려왕을 놓칠 것이라는 판단에서 평양성을 포기하고 주력부대를 이끌고 개경으로 갔으나 왕은 9일간의 여유로 무사히 나주(羅州)로 몽진할 수 있었다.
49세 때 (1011년 현종 20 도관시원외랑(都官試員外郞)을 제수받고 비어대(排魚袋)를 하사 받았다. 고려시대 노비의 부적(簿籍)과 결송(決訟)을 담당하던 형부에 속한 관청이 도관(都官)이다. 원외랑은 정6품의 관직이다. 은열공파 족보 초간보인 정미보(1727) 연보에는 ‘도관시원외랑(都官試員外郞)’으로 기록돼 있는데 ‘도관시(都官試)’는 ‘도관’을 의미하는 관청으로 여겨진다. 비어대는 관복이다. 어대는 물고기 모양의 신표를 넣어두는 주머니를 가리킨다. 50세 때 1012년(현종 3) 5월에 동여진(東女眞)이 영일(迎日)․청하(淸河) 등지에 쳐들어오자 도부서(都部署)의 문연(文演)․이인택(李仁澤)․조자기(曺子奇) 등과 함께 부주방어사(部州防禁使)로서 주군병(州郡兵)을 독려하여 격퇴하였다.
51세 때 (1013년 현종 4) 기거주서(起居註書) 내사사인(內史舍人), 호부시랑(戶部侍郞) 등을 역임했다. 기거주서는 종5품의 관직으로 임금의 언행을 기록하는 관원이며 내사사인은 종4품의 관직으로 조선시대 사간원 소속의 관원과 같다고 보면 된다. 54세 때 (1016년 현종 7) 이부사인(吏部舍人)으로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았다. 이해 차파맹장군(次破孟將軍) 상기도위(上騎都尉)를 지냈다. 55세 때 (1017년 현종 8) 중대부(中大夫), 호부시랑(戶部侍郞) 맹장군(猛將軍)을 지냈다. 56세 때 (1018년 현종 9) 태복경(太僕卿)을 지내고, 이해 거란 장수 소배압이 60만 대군을 거느리고 침입하였는데, 이른바 거란의 3차 침입이다. 이때 현종은 강감찬을 상원수로 삼고 장군을 원수로 삼아 20만 8천명의 군사를 주어 방어케 하였다. 고려군은 영주(寧州)의 흥와(興化)에 진을 치고 소가죽(牛皮)에 모래를 담아서 큰 강을 막고 있다가，적이 이르자 막은 물을 한꺼번에 틔워 수장시키는 이른바 우피작전으로 적의 예봉을 꺾었다.
이 싸움의 패배로 용기를 잃고 남진하던 거란군은 자주(지금의 평남 자산) 남쪽에서 뒤쫓아온 강민첨 장군의 공격을 받고 큰 손실을 입었다. 계속 연주 위주등지에 적을 추격하여 승승장구하다가, 마침내 구주의 반령 뜰에서 대파 하니, 적은 겨우 수천 명만이 목숨을 부지하여 압록강을 건너갔다. 이것이 우리나라 전쟁사에 길이 빛나는 구주(龜州)대첩이다. 이처럼 은열공은 구주대첩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강감찬 장군의 공적에 가리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7세 때 (1019년，현종 10) 2월 은청흥록대부(銀靑興祿大夫) 응양상장군(廳揚上將軍) 상주국(上柱國)에 발탁되었다. 8월 초 6일 동지중추밀원사(同知中樞密院事), 12월 16일 우산기상시(右散騎常侍) 20일 추성치리익대공신(推誠致理翔戴功臣)에 봉해졌다. 은열공 후손들은 “당시 거란의 침입을 막아 나라를 지킨 공은 강민첨, 강감찬 장군 두 분에게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사책에는 강감찬 장군 공적만 자세히 기록하고 강민첨 장군 기록은 거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거란의 침입을 물리칠 때, 강감찬 장군은 70세의 노구로 직접 전쟁에 나가 싸우기보다 지휘를 주로 했을 것이고, 50대 후반인 강민첨 장군이 실질적으로 전장에 나가 전투를 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며 강민첨 장군의 공적이 널리 선양되지 않고 있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 은열공이 벼슬에 나아간 지 15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지중추원사(종2품)와 병부상서(요즘의 국방부장관)등의 요직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 공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58세 때(1020년，현종 11) 3월 16일 병부상서(兵部尙書)，12월 17일 현릉 개장의 공으로 금자흥록대부(金紫興祿大夫)에 제수되었다. 현종은 병부상서를 제수하면서 태자태부(太子太傅)를 겸직하게 하였으니, 공의 학문이 얼마나 높은지도 알 수 있다. 59세(현종 12년) 되던 해 11월 12일 서거하시니 왕은 국장으로 장례를 지시하시며 묘소는 충청도 예산현 감천동이다. 별세 후 조정에서는 3일 동안 조회를 하지 않았으며，그의 공로로들 강단(姜旦)에게도 녹자(祿資)를 가하였다. 태자태사에 추증되었으며, 문종 때 공신각에 올랐다.
조선의 태종도 공의 위대한 공적을 다시 거론하고 우방산과 두방산의 땅 약 300정보를 내렸다. 은열공이 세상을 떠난 지 약 1,0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진주를 중심으로 한 은열공의 후손들은 공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매월 초하루, 보름으로 제사를 봉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