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휘는 민첨이요, 은열은 시호다. 공은 젊어서부터 굳센 큰 뜻이 있었다. 나이 겨우 15세 때 진주향교에서 배워 일찍이 학문하는 방법을 알고 시 서 예 악을 두루 익히지 아니함이 없었다. 진주 사교당(四敎堂)을 창립하여 문(文) 행(行) 충(忠) 신(信)으로써 고을의 자제를 가르쳤는데 존경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대대로 제사 받드는 곳을 진주의 서쪽 우방산에 창립하여 선대 조상의 영정을 봉안하고 승려들에게지킬것을 명령하고 공도 일찍이 여기에서 글을 읽었다. 1005년(목종8년) 공의 나이 43세 때 문과에 급제하였으니 문헌공 최충의 이름 다음으로 장사랑에 올랐다. 1006년에는 문림랑 도교령 동정에 임명되고 외직으로 안변도호장서기에 임명되었다. 1010년(현종 원년)에는 애수진장이 되었으니 대개 공은 문무의 모든 재주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이 당시 천추태후가 조정을 어지럽히니 신하인 강조가 기회를 타서 목종을 폐하였다. 현종도 정사를 잘 다스리지 못하니 나라 안이 흉흉하고 변방의 수비도 비었다. 거란의 성종은 고려를 침략할 마음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이 때를 노려 강조의 죄를 묻는다는 명분으로 40만 군사를 거느리고 온 나라를 휩쓸고 진격해오니 고려 임금이 강조로 하여금 막게 하였으나 거란 왕에게 잡혀 죽었다. 이때 공이 진장으로서 통군사 조원과 함께 흩어진 병사를 모아 성을 지켜 성을 온전하게 했다. 11월에 거란이 또 침략해 와서 고을을 연달아 함락시키고 적의 깃발이 하늘을 덮었으나 방어할 사람은 없었다. 12월에 평양을 함락시키고 궁실을 불태우고 백성들을 죽이고 재물을 노략질하니 중랑장 지채문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구원하였다. 거란의 군사가 동쪽으로 내려가 거란 왕이 성 서쪽 사찰에 진을 쳤다. 예부시랑 강감찬이 왕에게 남쪽으로 피신을 권하였다. 순검사 탁사정이 장군 대도수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동문으로 부터 나가고 내가 서문으로 부터 나가서 좌우로 협공하면 이기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탁사정이 휘하의 군사를 거느리고 문을 열고 나가 야간에 숨었다. 대도수도 또한 동문으로 부터 나갔는데 비로소 속임을 당 한줄을 알고 또 힘으로 대적하지 못할 것을 알고 드디어 휘하 군사를 거느리고 거란에게 항복하니 모든 장수가 기운이 풀어지고 성중이 흉흉하였다. 이때 공이 통군사 조원과 홑어진 군사를 모아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키니 40만의 강적이 침입하지 못하여 드디어 포위를 풀고 동쪽으로 내려갔다.
1011년 공의 나이 49세 때 도관시 원외랑에 임명되고 배의어대를 하사 받았으며 다음 해에는 도관시원외랑으로 나가 부주방어사가 되어 고을의 군사들을 훈련시켰다. 이해 5월에 여진이 많은 군사로 침입하여 먼저 청하현을 공격하니 임금이 공과 도부서 문연 등을 보내 고을의 병사들을 독려하여 쳐서 물리쳤다. 이해에 거란이 또 송나라를 침범하자 중국 황제가 고려 군사를 징병하니 임금이 공을 부원수를 삼아서 크게 이겼는데 공이 있었다. 1013년 지기거주서 내사사인으로 호부시랑을 겸했으며, 1016년 이부사인에 임명되고 자금어대를 하사받고 파맹장군 상기도위로 승진하였다. 1017년 중대부에 임명되고 태복경으로 승진했다. 1018년에 거란의 장수 소배압이 보병 60만을 거느리고 침범하니 임금이 강감찬으로 상원수를 삼고 공으로 부원수를 삼아 군사 20만 8천여명을 거느리고 영주에 진을 쳤다. 흥화진에 이르러 기병 만여 명을 뽑아 산골짜기에 매복시키고 또 큰 줄로써 소가죽을 꿰어 성의 동쪽 큰 냇물을 막고 기다렸다. 마침내 적병이 이르자 막은 것을 틔우고 복병으로 진격하여 크게 격파하였다. 소배압이 이미 흥화진에서 패배하고 군사를 이끌고 사이 길을 따라 다시 개성으로 달려갔다. 이때 공이 자주의 내산으로 추격하여 크게 무찌르고, 조원은 또 어흑탄에서 공격하여 만여명을 목베었다. 임금이 직접 시를 지어 이르기를, ‘경술 연간에 오랑캐의 침입이 있어 군사들이 한강 가에 깊숙이 들어왔네. 당시에 강공의 계책을 쓰지 않았으면 온나라가 모두 오랑캐가 되었으리’라고 하였다.
▲ 은열공 강민첨 장군 신도비명
이해에 왕명으로 태조의 재궁을 받들어 부아악의 향림사에 옮겼고 1019년에는 거란의 군사가 귀주로 지나가니 공이 강감찬과 동쪽 교외에서 맞아싸워 양군이 서로 수일동안 대치하였으나 승부를 내지 못했는데 마침 김종현이 와서 구원하자 홀연히 비바람이 남쪽에서 몰아와서 깃발이 북쪽을 가리켰다. 이 기세를 타서 진격하니 용기가 저절로 배가되어 거란의 군사가 크게 패하여 달아나고 관군이 계속하여 추격하여 석천을 건너 반령에 이르자 시체가 들을 덮었고 포로로 잡은 거란군과 말, 낙타, 갑옷 무기들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소배압이 도망가니 거란의 군사들과 여러번 전투를 하였으나 이와 같은 대승리는 한번도 없었다.
공과 군사들이 개선하여 사로잡은 것을 바치니 임금이 친히 영파역에서 맞이하여 비단 장막을 치고 음악을 베풀어 장사들에게 잔치를 내리고 금화 여덟가지로써 두 장수의 머리를 꽂아주고 친히 술잔을 잡고 수고로움을 위로하였다. 그리고 공을 발탁하여 은청홍록대부 응양상장군 상주국 천수현 개국남으로 삼고 식읍 삼백호를 주었으며 8월 6일에는 동지중추원사에 승진하고 12월 16일에는 우산기상시로 옮겼으며 20일에는 추성치리 익대공신의 호칭을 내렸다. 1020년 3월 16일에는 병부상서 겸 태자태부에 임명하였고 윤 12월 17일에는 왕명을 받들고 태조의 재궁을 받들어 부아악으로부터 현릉에 돌아와 제사지내니 금자홍록대부를 제수했다. 1021년 2월에 오관산이 무너져 백성들이 재앙이 있을 것을 의심하더니 11월 12일에 공이 공관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이때가 현종 12년이었으며 향년 59세였다. 부음이 알려지니 임금이 놀라 슬퍼하여 삼일동안 조회를 철폐하고 태보로 추증하고 은열이란 시호를 내렸다.
그 제문을 내려 이르기를, ‘벼슬을 내려 공을 갚는 것은 진실로 고금의 좋은 법이요. 상례에 예로써 받드는 것은 이 나라의 통상적인 법이다. 그리하여 추성치리익대공신 금자흥록대부 병부상서 상주국 천수현 개국남 식읍 삼백호를 내렸다. 신하인 강민첨은 기상은 산과 바다같이 높고 넓으며 재주는 문무를 겸비 하였도다. 일찍부터 문과에 급제하였고 항상 장수의 임무를 맡아 적을 물리치고 그 공로를 이루었도다. 부지런히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나가서는 장수가 되고 조정에서는 정승이 되었다. 하는 일을 모두 잘 하여 계획하는 것을 모두 감당하였다. 짐이 몸소 의지하고 신뢰했는데 어찌하여 불행하 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가. 제일의 공훈이 더욱 깊으니 백 사람의 몸으로도 이루기 어렵도다. 공연히 슬퍼하면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으니 이에 벼슬과 녹을 주노라. 영령은 어둡지 않은 법이니 나의 생각을 알 것이로다.’라고 하였다. 또 예관에게 명령하여 예산군 감천동 진좌의 언덕에 예장하였다. 문종이 그 공을 추념하여 모습을 벽 위에 그리고 제일 공신이라고 썼다. 공은 일찍이 진주의 부역이 많아 나라에서 받는 토지 4리를 바쳐서 공용에 충당토록 하니, 고을 사람들이 그 덕에 감복하여 사당을 진주 대방에 세우고 봄 가을로 향사를 봉행하였다.
1609년(기유년)에 후손 첨이 경상도 관찰사로서 그 사당을 중수하였고 1621년(신유년)에 은열사로 사액 하였으며 1644년(갑신년)에는 홍경렴이 진주목사로서 그 사당을 중수하고 또 진영을 우방사에 모시고 생신 제사를 봉행했으니, 이는 곧 공께서 창건한 집안 사당으로서 일찍이 독서하던 곳이다. 1642년(임오년)에 후손 대수가 진주목사가 되었을 때에 유상을 중모하고 또 옛 사당을 중수하여 유림으로 하여금 제사의 예를 봉행하게 하였다. 1777년(정유년)에 후손 석복이 사당을 두방에 이건하고 춘추의 향사를 봉행했고 1790년(경술년)에 후손인 헌정공 세황이 유상을 중모하였으니 영남의 노숙한 선비와 백성들, 노비들까지도 경모하여 덕을 찬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공이 사람들에게 남긴 높은 공훈과 은택은 중하고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의 선조는 휘 이식인데 병마원수로서 고구려에서 유명했으니 진주의 강씨는 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공의 부친은 휘 보능이니 거창의 큰 성씨인 신홍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963년(고려 광종14) 계해 11월 29일에 공을 진주목의 동쪽 옥봉산 아래 개경향에서 낳았다. 공은 일남을 낳았으니 휘는 단으로 문과에 올라 이부상서를 지냈고, 이분이 두 아들을 낳았으니 휘 항은 밀직사였고, 휘 보는 대언이었다. 밀직이 일남을 두니 휘 보문은 상락부원군이고 이 분이 일남을 낳았으니 휘는 원길이다. 대언이 두 아들을 낳았으니 휘 정협은 좌승이고 휘 정길은 판사이다. 좌승이 일남을 낳았으니 휘는 여익이요 판삼사사다. 이분이 삼남을 낳았으니 휘 원감은 태자첨사이며, 휘 원찬은 보문각직 학사이며 휘 원전은 증 호부서이다. 판사가 일남을 낳았으니 휘는 중익이요 밀직부사를 지냈다. 이분이 두 아들을 낳았으니 휘 원함은 첨의평리사이며 휘 원익은 전의이다. 이 아래로 후손이 번창하여 문장가, 학자, 고관대작, 절개와 충효가 뛰어난 사람이 많아 우리나라의 큰 문중이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공의 공덕으로 열린 것이 아니겠는가? 공은 일찍이 시서예악을 공부하였으니 무예가 장점이 아니였다. 그러나 큰 난리에 임하여 승부를 결단 짓고 나라를 태산 같은 안정에 두었으며 백성들을 호랑이의 입에서 구했다. 살아서는 장상의 벼슬을 했고 돌아가신 뒤에는 백대의 제사를 받으시니 이는 우리나라에서 비교할만한 사람이 드물며 중국에서 구하여도 또한 지나치게 당할 사람이 없다. 여기에 명하여 말하니,
높은 산을 우러러 보니 바위들이 치솟았네 소인은 보고 군자는 우러러보네 화씨의 옥이 보배가 아니라 선현들 교훈이네 돈독하게 신인을 내리시어 나라를 편하게 할 조짐이었네. 문에 능하시고 무에도 능하시어 충과 의로 목숨을 다했네. 준동하는 오랑캐들이 올빼미 담비의 생각을 품어 많은 군사로 쳐들어 와 관청이 화염에 쌓였네. 나라의 위태로움은 한 터럭같아 온 나라가 공포스러웠으니 도수가 실패했고 장사들도 마음이 떠났네. 공께서 능히 적을 꺾으시니 저절로 용감하기 배가 되었네. 귀주로 추격하여 핍박하니 하늘도 음침했네 지휘에 방도가 있으시니, 태산을 두고 맹세했네. 하늘에 우레 땅에 번개 쳐서 비바람이 남쪽에서 쫓아왔네. 정기가 북쪽을 가리키니 우리 군사들 환호와 고함을 질렀네. 좌우에서 물리치니 오랑캐들이 구덩이에 빠졌네. 시체는 들을 덮고 병사들 사기는 늠름했네. 나의 공이 아니었고, 신의 도움이요 하늘의 감동이라 하셨네. 티끌이 맑아지고 바다가 편안하니 우리들 삶을 구제했네. 임금께서 이르기를, 강장군이 아니었으면 온나라가 오랑캐가 되었을 것이라 했네. 아 총애로 내리심이 얼마인가. 천막에 친림하여 금화 팔지를 외람되게 받았네. 높은 관직을 겸하여 내리시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네. 제사 봉행은 유림의 법도이니 진영이 당에 계시니 제물이 성실하고 참되네. 우리나라를 사랑하여 길이 생각을 새기리 봉산을 아듬은 묘소의 석물은 엄연하도다 세상이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니 악한 기운 자취를 감추었네.
